청마기념관

청마의 주요 작품

거제관광개발공사 2013. 11. 21. 14:45

청마의 주요 작품

    

깃발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탈쟈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표(標) ㅅ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행복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바위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哀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이 깎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生命)도 망각(忘却)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뜰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거제도 둔덕골

 

거제도 둔덕골은

8대로 내려 나의 부조(부조)의 살으신 곳

적은 골안 다가 솟은 산방(산방)산 비탈 알로

몇백 두락 조약돌 박토를 지켜

마을은 언제나 생겨난 그 외로운 앉음새로

할아버지 살던 집에 손주가 살고

아버지 갈던 밭을 아들네 갈고

베 짜서 옷 입고

조약 써서 병 고치고

그리하여 세상은

허구한 세월과 세대가 바뀌고 흘러갔건만

사시장천 벗고 섰는 뒷산 산비탈 모양

두고 두고 행복된 바람이 한번이나 불어 왔던가

시방도 신농(신농)적 베틀에 질쌈하고

바가지에 밥 먹고

갖난것 데불고 톡톡 털며 사는 7촌 조카 젊은 과수 며느리며

비록 갓망건은 벗었을망정

호연(호연)한 기풍 속에 새끼 꼬며

시서(시서)와 천하를 논하는 왕고못댁 왕고모부며

가난뱅이 살림살이 견디다간 뿌리치고

만주로 일본으로 뛰었던 큰집 젊은 종손이며

 

그러나 끝내 이들은 손발이 장기처럼 닳도록 여기 살아

마지막 누에가 고치 되듯 애석도 모르고

살아 생전 날세고 다니던 밭머리

부조(부조)의 묏가에 부조처럼 한결같이 묻히리니

 

아아 나도 나이 불혹(불혹)에 가까왔거늘

슬플 줄도 모르는 이 골짜기 부조의 하늘로 돌아와

일출이경(일출이경)하고 어질게 살다 죽으리

 

소리개

 

어디서 창랑의 물결 새에서 생겨난 것.

저 창궁(蒼穹)의 깊은 남벽(藍碧)이 방울져 떨어진 것

아아 밝은 칠월달 하늘에

높이 뜬 맑은 적은 넋이여

오안(傲岸)하게도

동물성의 땅의 집념을 떠나서

모든 애념(愛念)과 인연의 분쇄(煩쇄)함을 떠나서

사람이 다스리는 세계를 떠나서

그는 저만의 삼가하고도 방첨(放瞻)한 넋을 타고

저 무변대(無邊大)한 천공(天空)을 날아

거기 정사(靜思)의 닻을 고요히 놓고

황홀한 그의 꿈을

백일(白日)의 세계 우에 높이 날개 편

아아 저 소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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