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둔덕기성(巨濟 屯德岐城)

 거제 둔덕기성(巨濟 屯德岐城)

 

  거제 둔덕기성(屯德岐城)은 7세기 신라시대 축조수법을 알려주는 중요한 유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현문식(懸門式) 구조인 동문지와 삼국시대 초축(初築)되고 고려시대 수축(修築)된 성벽 등은 축성법의 변화를 연구하는데 학술적으로 중요한 자료이다.

  또한 이 유적에서 인화문토기, 상사리 명문기와, 청자접시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됨에 따라 신라 문무왕대 설치된 상군(裳郡) 및 경덕왕대 거제군의 치소성(治所城)으로 추정되며, 고려사와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문헌에 따르면 1170년(고려 의종24)에 정중부(鄭仲夫) 등이 무신난을 일으켰을 때 의종이 이곳으로 쫓겨 와 3년 동안 머물렀는데 복위운동이 실패로 끝나면서 살해되었으며 조선 초 고려 왕족들의 유배된 장소로도 기록되어 있는 등의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

  

  

  사등면과 둔덕면의 경계가 되는 우봉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는데 둘레가 약 526m, 최고 높이 4.85m로 비교적 규모가 큰 편이다. 성안에는 여러 곳에 건물터와 연못 터가 남아 있고 북쪽에는 기우제와 산신제를 지냈던 계단이 남아 있다. 성문은 3곳이 남아 있고 당시의 기와조각과 청자조각도 다수 발견되었다.

  복원이 되지 않은 성벽은 허물어져 돌무더기로 남아있지만 많은 부분이 성의 형상이나 당시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끔 기존에 남은 부분과 일부 복원을 하여 두었다. 성의 형태를 자세히 보면 성벽 가운데 부분이 배흘림기둥과 같이 튀어나와 있는데 이는 침입자가 성벽을 쉽게 기어오르지 못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듯하다.

    

  기성의 남동쪽에는 최근 복원한 집수터인 연지가 있다. 연지의 규모는 직경 16.2ｍ, 깊이 3.7ｍ에 달해 물 16만6천ℓ를 저장할 수 있는 대규모 집수시설이다. 원형의 단면 계단식으로 북쪽은 4단, 동·서·남쪽은 3단으로 축을 쌓았다.

  1170년 고려 의종 24년 8월 뿌리 깊은 문신들의 우대정책과 무신들의 차별로 촉발된 무신정변으로 의종은 폐위를 당하게 된다. 의종은 상장군 정중부와 이의방, 이고 등의 휘하장수들이 보현원에서 일으킨 군사정변으로 폐위당하고, 3년간 거제도의 둔덕기성에 유폐되었다.

  그 뒤 1173년에 김보당 등 의종 복위 세력이 무신 정권에 항거하여 거병하면서 사람을 보내어 유배된 의종을 모셔와 받들고 경주로 가서 웅거하였다. 그러나 무신 정권이 보낸 군대에게 모두 패하였다. 1173년 향년 47세를 맞은 의종은 총애하던 장수 이의민에 의해 곤원사 연못가에서 술을 두어 잔 마신 뒤에 등뼈가 꺾여 지고, 시체는 그대로 동경의 한 연못에 수장당하는 비참한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의종이 계림(경주)에서 승하했다는 소식을 들은 당시 기성에 남아 있던 신하와 백성들은 섣달그믐 의종을 추모하는 춤제를 올렸으며, 이 추모제는 1900년대까지 이어지다 끊겼던 것을 거제수목문화클럽이 지난 2008년 10월 추모제를 다시 시작하여 이어지고 있다.

  

  

  둔덕기성의 남쪽에 2007년에 발굴된 연지가 현재 복원되 있다. 발굴 당시에 뻘층에서 토기와 청자접시, 기와, 청동 그릇 파편 그리고 화살촉, 구유, 멍에, 괭이, 나무망치, 소뼈 등 통일신라와 고려시대에 걸친 유물 수백점이 발굴되었다. 연지 바닥층에 찾은 청자상감입문매병은 12세기 중후반의 유물로 의종의 유배와 관련된 성의 역사를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이곳은 통영 용남면 견내량 수로를 오른쪽에서 끼고 멀리 서남쪽으로 통영시를 굽어보고 있다.

  의종이 배를 타고 건넜던 견내량 수로변에는 아직도 전하도목(殿下渡目)이라 불리는 지명이 있으며 고려골이라 불리는 곳에는 고려인들의 무덤이 남아 있다. 왕을 받들어 왔던 반씨 성을 가진 장군의 후손들이 지금도 둔덕면에 살고 있다.

  거제 둔덕기성은 국가 사적 제509호로 지난 2010년 8월에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