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한 고전

자신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

거제관광개발공사 2013. 12. 3. 13:35

 

◇ 예양(豫讓)이야기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이야기다. 춘추전국시대 진()나라 사람 예양은 범()씨와 중항(中行)씨를 섬겼으나 두 사람은 예양을 그다지 예우하지 않았다. 마음이 상한 예양은 그들을 떠나 지백(智伯)이란 사람을 섬기게 됐다. 지백은 진나라 육경의 한 명으로 세력이 강성하고 교만한 성품이었으나 예양을 극진히 예우했다. 그런 지백이 범씨와 중항씨를 제거하고 조양자(趙襄子)를 공격했는데 오히려 한, 위와 연합한 조양자에게 패해 땅은 셋으로 공중 분해되고 후손까지 끊어졌다. 이 정도로 분이 풀리지 않은 조양자는 지백의 두개골에 옻칠을 해서 소변용 변기로 삼았다.

 

 이 와중에 살아남은 예양은 다짐했다. “무릇 선비란 진실로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던져야 하는 법. 여자가 자신을 사랑해준 사람을 위해 항상 용모를 단정히 하고 화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과 같다. 나는 자백에게 인정받고 후한 대접을 받았으므로 반드시 그를 위해 목숨을 던져 양자에게 복수를 할 것이다.” 그는 이름을 바꾸고 일부러 죄를 범해 성기를 거세하는 형벌인 궁형을 받고 조나라 양자의 궁궐 안으로 들어가 화장실 벽을 바르고 있었다. 가슴 속에 비수를 품고 있다가 조양자를 찔러 죽이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조양자도 자신을 암살하려는 자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알아보니 바로 예양이 몸에 비수를 품고 자신을 죽일 기회를 노린다는 것이었다. 그를 붙잡아오게 해 문초하자 예양은 죽은 주군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그랬다고 서슴없이 말했다. 주위에 있던 자들이 그의 목을 베려 하자 조양자는 그를 의로운 사람이자 천하의 현인이라며 풀어주었다.

 그러나 예양은 다시 복수를 결심하고 이번에는 몸에 옻칠을 한 문둥이로 분장하고 숯가루를 먹어 목소리까지 바꾸어 아무도 알아볼 수 없게 한 채 시장을 돌아다니며 구걸했다. 그의 아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어느 날 예양이 오랜 친구를 찾아가니 그 친구만은 예양을 알아보고 "아까운 재능을 썩히지 말고 조양자의 신하가 된다면 분명 대우를 받을 것"이라며 "정 그를 죽이고자 한다면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을 텐데 왜 이런 모습으로 돌아다니느냐"고 충고했다. 그러나 예양은 친구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얼마 뒤 조양자가 측근들의 삼엄한 호위를 받으며 외출해 다리를 건너려 할 때 말이 갑자기 놀랐다. 그러자 본능적으로 예양이 다리 밑에 숨어 있을 것이라 추측했다. 사람들을 시켜 찾도록 하니 과연 예양이 숨어 있었다. 조양자는 예양을 호되게 꾸짖으며 "왜 범씨와 중항씨를 섬겼다가 지백에게 몸을 맡기고, 지백이 그들을 멸망시킬 때는 가만있더니 죽은 지백을 위해 이토록 끈질기게 원수를 갚으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예양은 "범씨와 중항씨를 섬긴 일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두 사람은 날 보통 사람으로 대접했으므로 나도 그에 맞게 처신했다. 그러나 지백은 날 한 나라의 걸출한 선비로 예우했으므로 그에 보답하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조양자는 예양의 진심을 알았으니 더 이상 용서해주는 일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병사들에게 그를 포위하게 했다. 그러자 예양은 자신이 지난번 암살하려 했을 때 용서해준 데 감사하며 옷이라도 칼로 베어 원수를 갚으려는 뜻을 이루게 해주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조양자는 그의 의로운 기상에 크게 감탄해 자기 옷을 예양에게 가져다주도록 했다. 예양은 칼을 뽑아 그 옷을 베고는 칼에 엎어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죽은 소식이 전해지자'조나라 선비들은 모두 그를 위해 눈물을 흘렸다'고 사기는 전한다.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이를 위해 죽는다'던 그의 말은 지금까지 인구에 회자된다.